일본은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물가 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수단으로서 금리를 사용하는데, 최근의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에도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없는 모양새다.
일본은행의 우에다 총재는 최근, 현재 일본의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변동 요인을 제외한다면 목표인 2%에 근접해 있다면서, 현재의 물가 상승 요인으로 고유가, AI수요, 엔저를 꼽았다. 이 중에서 엔저는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검토에 있어서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저는 연료, 식품, 기타 원재료 등의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므로, 엔저가 물가 상승을 일으킨다는 해석은 타당하다. 그렇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지금의 엔저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일 것이다.
현재 일본의 1달러 당 엔 환율은 160엔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가지고 지난 10년 간의 엔/달러 환율의 추이를 관찰하면, 현재의 달러 대비 엔 가치는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0년 전후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100엔~110엔대에서 거래되던 것을 보면 엔 가치가 확실히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엔저 현상에 대해 시장참여자 뿐 아니라 일본 정부, 더 나아가 미국에서도 주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30일 외환 시장에서는 엔이 5엔이상 급등 (1달러 당 162.8엔에서 157.8엔으로) 하는 것이 관측되었다. 일본은행은 필요에 따라 재무성이 결정한 바를 대리 집행하는 방식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해왔다. 당국의 공식 발표는 아직이지만, 일본경제신문은 ‘7월 30일의 급등은 6~7조엔 규모로 추정되는 일본 당국의 개입의 영향일 것’으로 보는 시장의 관측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8월 2일자 일본경제신문은, 미 재무부가 투기적인 엔 매도 저지를 위한 엔 매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어떻게 엔저를 완화할 것인가?”가 되는데, 이에 대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이 엔화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엔 약세를 억제한다는 논리이다. 앞서 언급한 미 재무부의 조치를 보도한 일본경제신문의 기사에서는 베센트 미 재무장관 등은 일본의 금리 인상이 늦어지는 것을 엔저의 원인으로 본다고 쓰고 있다.
물론 환율을 결정하는 변수는 다양하고, 변수 간의 상관 관계까지 고려하면, 엔저의 원인을 단순히 금리 차에만 두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고, 미일 간의 금리차 해소가 엔저의 해소로 100%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미국이 일본의 정책 금리에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미일 간의 금리 차이가 엔의 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점, 그리고 미국의 당국자들이 엔저 문제의 원인으로 저금리에 주목하고 있는 점으로부터 본다면, 일본은행이 금리 결정에 있어서 엔화 약세의 완화와, 그 결과로서의 물가 안정을 고려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일본의 금리 상황은 어떠한가? 6월에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인상한 일본은행은 7월 말의 금융 정책 결정 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결정했다. 8월 1일자 일본경제신문은 이번 동결에 대해, 6월에 있었던 금리 인상의 정책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같은 신문에서 소개한 일본의 정책금리 인상에 관한 시장의 예측에서는, 9월 안에 인상할 확률을 30%, 10월 안에 인상할 확률을 80%로 보고 있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서 금리 상승 가속도 가능하다는 언급도 있었던만큼, 향후 일본은행이 어떤 대처를 할 지가 주목된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어떤 입장일까?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에 찬성 또는 반대한다는 명확한 입장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이 지적되는 높은 정부 부채, 경기 둔화 우려와 더불어 확장 재정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 등을 고려한다면 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발표했던 “骨太の方針”의 문구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를 견제하려는 뉘앙스라는 지적이 확산되며 원안을 수정한 최근의 해프닝이 이를 방증한다.
‘骨太の方針’란,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정책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을 말하는데,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의 기초적 재정 수지 (Primary balance) 에 있어서 단일 연도의 흑자화를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일본 정부가 앞으로 적극적인 재정 집행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은 국채의 이자 비용 증가로 이어지므로, 정부의 재정 운용을 어렵게 할 여지가 크다. 또한 금리 인상은 유동성 축소, 즉 통화 긴축을 의미하는데, 이는 경기 후퇴 등으로 이어지는 등, 정부의 재정 정책의 효과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벌어지는 국채 매도나 엔 매도 등이, 적극 재정 기조로 인한 일본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시장의 반응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중앙은행의 물가 상승에 대한 늦은 대처가 향후의 더 큰 금리 상승을 강요받게 되는, 이른바 “behind the curve”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긴축을 서두르면 경기 위축과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어느 한쪽에 주목한 정책이 다른 한쪽의 위험을 확대하는 이 상황은 일본의 금융 정책 당국자를 한동안 골치 아프게 만드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 일본경제신문(2026. 8. 1) “「利上げ加速あり得る」日銀総裁、物価上振れ警戒”
- 일본경제신문(2026. 8. 1) “日銀、3つのリスク強調 – 原油高、AI需要、円安「幅広い品目で物価上昇」”
- 일본경제신문(2026. 7. 31) “円急騰、一時157円台 – 2カ月半ぶり 市場に介入観測”
- 일본경제신문(2026. 8. 1) “介入6~7兆円規模か – 政府・日銀、市場の意表突く。円買い追随、米財務省も示唆”
- 일본경제신문(2026. 8. 2) “円安阻止へ波状の介入 – 米、ユーロ売り円買い”
- 일본경제신문(2026. 8. 2) “苦心の日米通貨・金利政策 – 円買い介入、ベッセント氏が援護射撃”
- 일본경제신문(2026. 7. 8) “骨太の方針原案、金融政策で文言修正 日銀の利上げけん制懸念拡大で”